2017 Artworks

정원의 깊숙한 곳_ 목선혜展 / Mok Sunhye Solo Exhibition

정원의 깊숙한 곳

목선혜

반짝임과 특유의 냄새로 기억되는 날이 있다. 볕이 뜨거운 그날은 한여름이 늘 그렇듯 끈적함과 열기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짙푸른 초록 풀 위로 일렁이는 아지랑이는 마치 자리를 버티고 있는 초록 풀의 마른 숨처럼 보였다. 초인종이 울렸고 집에는 낯선 개가 등장했다. 온 몸에 검은 점이 얼룩덜룩한, 뒷다리가 길고 날렵하게 생긴 사냥개였다. 개는 낯선 장소를 긴 다리와 주둥이를 이용해 냄새를 맡고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이 돼서야 가족들은 저마다 필요하거나 혹은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자리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정원의 가장 안쪽, 눈에 띄지 않으며 부드러운 흙으로 덮여있던 나무 밑 구덩이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엉성하게 다져진 흙을 들추자 그 안에는 부엌에서 쓰던 날이 반들 하게 선 식칼, 노란 테니스공, 찢어진 인형의 조각들, 동그랗게 말린 양말과 같이 사냥개의 눈에 탐스러워 보이거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혹은 반짝이는 물건들로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사냥개는 빠르고 은밀하게 자신의 보물창고를 만들어 저장하고 흙으로 잘 덮어두었던 것이다.

나는 타인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마치 사냥개가 그러했듯 빠르고 은밀하게 다양한 경험과 기운을 화면에 표출하고 다시 덮기를 반복해 중층화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미지는 중층화를 통해 현재에는 없는 장소, 없는 공간인 일종의 ‘잠정적으로 존재하는 장소’-미쉘 푸코(Michel Foucault)의 헤테로토피아-가 된다. 정원은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공간 같지만, 사실 특정한 이들(소유주나 초대된 손님)에게만 개방되어지는 사적인 공간이다. 철저하게 소유자의 목적에 맞추어 자연적인 것의 부분적 가공과 인공물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시대와 지역, 생활이나 가치, 문화와 예술, 개인의 미감과 취향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낯선 곳을 점유하고 실제 생활하는 공간 안에 자신만의 유토피아적 장소를 구획하는 일, 또 그 흔적을 지워놓는 ‘현재는 없는 장소, 없는 공간, 연대기 없는 축적된 시간’ 안에서 나는 내밀하고도 비밀스러운 내면의 공간을 마주한다. 전시<정원의 깊숙한 곳>은 기존의 <프로젝트 식물의 땅>과 같이 주체와 객체의 자리 바꾸기를 통해 식물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시각화 하는 활동과 작가의 독자적인 식물에 대한 단상과 기억을 재편집해 화폭에 펼쳐 보인다.

Exhibition Title

정원의 깊숙한 곳

Date

2017.8.5.~8.11

Place

춘천상상마당 갤러리 (춘천)

2012
2015